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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Why Fish Don't Exist] 책 리뷰

by Aggies '19 2023.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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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로 번역된 제목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단한 영어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Why Fish Don't Exist라는 네 단어를 읽으면 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을까라고 해석할 정도는 있다. 이 책을 구입하기 전 Lulu Miller라는 과학 칼럼리스트가 출판한 책이라는 정보만 가지고 단순한 호기심으로 읽게 되었다. 솔직히, 왜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을 기대했고 영문 제목과 한글로 번역된 제목은 작가의 의역으로 발생한 것인지에 대한 사실여부가 궁금했다. 결론부터 설명하면 이 책은 사실은 전달하고 있지만 어려운 학술적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책은 아니라는 점. 다시 말하면, 저자는 담담하게 사실을 전달하면서 전달된 상황에 본인의 처지를 투영시켜 쓴 수필 정도라고나 할까?

  책 초반은 상당히 힘들게 책 장을 넘겼다. 밋밋하고 아무 맛이 없는 사실전개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지금보면 위대한 과학자로 불리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어떻게 물고기를 잡아 분류를 하기 시작했으며 우생학이라는 잘못된 개념을 맹목적으로 따르며 생긴 피해 상황까지 그리고 그 끝에 저자 본인에 대한 회고까지 각각의 이야기 전개는 모두 개연성이 존재한다. 과학적이고 학술적인 지식의 습득을 생각하며 읽기 시작한 책은 전혀 다른 전개를 보여줬고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의 민낯과 우리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광활한 우주의 측면으로 보면 찰나와 먼지와 같은 존재일 수도 있지만 존재의 가치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라는 것을 느꼈다.

  물고기를 평생연구하고 이름을 붙여주며 분류하던 그 과학자들에게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사실은 어떤 느낌일까? 과거의 사례를 예로 들면,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과 달이 움직인다는 천동설 주류였던 학계에서 태양을 중심으로 행성들이 움직이는 지동설이 제기된 시점이 아닐까? 내가 평생 맞다고 생각했던 개념이 완전히 잘못되었을때 그 느낌은 상실과 허망함 정도의 단어로 설명될 수 있을까? 그리고 저자의 아버지는 인생의 의미는 무엇이에요라는 질문에 "인생엔 아무 의미가 없으니 너 좋을데로 살아"라고 답변한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내가 지금 배우고 알고있는 것들이 잘못된 정보일 수도 있는데 배울 필요는 있는걸까?

  허무주의를 토대로 "인생엔 아무 의미가 없으니 너 좋을데로 살아"라고 해석하면 인생 그저 막살면 된다.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는 그저 먼지와 같은 작고 찰나의 순간을 살다가는 존재일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다르게 해석하면 포기할 땐 포기하고 새로운 것을 빨리 받아들이는 말랑말랑한 마인드 셋을 갖자라는 주의로 보면 너 좋을데로 살아라는 조언은 다르게 들린다. 지진으로 데이비드, 그가 분류해놓은 유리병 안의 물고기들이 깨지고 부패하는 상황을 겪어도 언제 그런 일이 발생했느냐라는 태도로 다시 분류 작업을 시작하는 것 처럼 말이다. 파괴와 혼돈 그리고 소멸은 광활한 우주에서 보면 역시 찰나의 순간이고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으로 볼 수 있다. 데이비드가 무명의 물고기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시작했던 네이밍과 분류작업. 나 좋을데로 살면서 내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은 무엇일까? 그 것은 현재에 만족하며 살고 어제보다 조금 발전한 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1분기에 다시 이 책을 읽어볼 예정이다. 반 년의 시간 후, 어떤 의미를 부여하며 나 좋을데로 살고 있을지 비교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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