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as A&M에서 석사를 할 때 이어져 온 인연인데 지금은 한국의 한 대기업에서 팀장을 하고 계시는 형님이 계신다. 미국으로 오는 출장길에 한권 툭 택배로 보내주신 책이다. 나보다 잘나고 인정받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한 가지 결론으로 귀결되는데 인정받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라는 점. 남들이 한 걸음 걸을때 한 걸음 반 더 걷게되면 주변에서 인정받는 것이다. 물론, 그 반 보의 걸음을 유지하는 꾸준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 반 걸음은 독서, 네트워킹, 그리고 노력이다. 회사에서 노력이라 하면 특허나 논문 정도이다. 어쨌든 미국 콜로라도 출장길에 짬을 내 내게 보내주신 책이라는 점에 감사함과 오랜만에 한글로 된 활자를 읽는데 기분이 좋았다.
어릴 적 역사 시간에 또는 책으로 조국의 독립을 위한 싸운 의인, 안중근 의사. 라는 안중근 의사에 대한 내 짧막한 정의는 보다 많은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책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느꼈다. 내가 만으로 35세이다.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치를 당시의 나이는 31세. 과연 동일한 상황속에서 나라면? 솔직히 그럴 용기도 없고 일제의 그 폭압과 탄압속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강건함을 유지한다는 건 더 말이 안될 것 같다. 한 가정의 가장, 아이들에게는 아버지로 그리고 배우자에게는 남편의 역할이 있음에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 내 몸을 희생하겠다라는 결정은 얼마나 많은 고민과 고통을 감내하며 내린 것일까? 감히 그 무게감은 헤아려지지도 않는다. 또, 안중근 의사의 거사 이후 하얼빈으로 넘어온 그의 아내와 아이들은 경찰에 잡혀 조사를 받게된다. 책에 나오는 내용이지만 아내는 심문 과정에서 남편은 죽었다고 답변한다. 안중근 의사 개인이 내린 결정이긴 하나 안중근 의사와 더불어 그 가족이 이 거사를 위해 감내한 희생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느끼게 되었다. 물론, 박문사 화해극이라는 불편한 해프닝은 논외이다.
솔직히 책을 읽지 않더라도 거사의 결과는 이미 알고있다. 하얼빈 책 초반에는 안중근 의사가 이동한 경로와 이토 히로부미가 이동한 경로를 표시한 지도가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책 후반부로 갈수록 안중근 의사의 거사와 가까워진다. 그가 이토 히로부미를 쏘겠다고 결정을 내린 후 옮기는 무거운 발걸음과 두려움을 이겨내야 하는 상황을 묵묵히 감내하는 안중근 의사의 그 희생은 정말 대단하다. 책 말미에 신부님께 가족이 하얼빈에 늦게 도착해서 다행이고 이석산에게 백 루블을 빌릴 수 있어서 다행이고 등등을 이야기하며 이로 인해 거사를 성공적으로 치뤘다고 말한다. 가슴히 먹먹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김훈 작가가 표현했던 것 처럼 "나는 안중근의 짧은 생애가 뿜어내는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했고, 그 일을 잊어버리려고 애쓰면서 세월을 보냈다. 변명하자면, 게으름을 부린 것이 아니라 엄두가 나지 않아서 뭉개고 있었다." 이는 자료와 기록들을 찾으면서 김훈 작가가 느꼈던 고통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소설을 통해서 그 고통이 고스란히 내게도 전해졌지만 말이다. 일본인 검찰관 첫 신문에서 말했던 포수라는 직업, 그리고 그 이후 재판정에서 말한 무직. 그리고 안중근 의사의 동지인 우덕순이 일관되게 대답한 담배팔이라는 단어가 김훈 작가가 소설을 지필하는 동안 등대처럼 그를 인도했다고 작가의 말에 남기고 있다. 작가가 표현한 세상의 그 어떤 위력에도 기대고 있지 않는다는 의미는 안중근 의사와 그의 동지인 우덕순은 일제의 압박과 탄압을 이미 초월할 힘을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를 말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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