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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하쿠바산장 살인사건] 책 리뷰

by Aggies '19 2025.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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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미스터리의 아쉬운 결말

 

  밀리의 서재 첫 화면 추천도서로 만난 히가시노 게이고의 '하쿠바산장 살인사건'. 사실 나는 미국에 온 이후에야 독서 습관이 생겼고, 그 전에는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던 사람이었기에 유명 작가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이번에 우연히 접한 이 일본 작가를 찾아보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용의자 X의 헌신' 등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들의 작가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만큼 하쿠바산장에 대한 기대도 컸다.

  이야기는 주인공의 친오빠가 산장에서 의문의 '자살'을 한 후, 그 미스터리를 파헤치기 위해 친구와 함께 산장으로 향하면서 시작된다. 사건이 발생한 방은 전형적인 밀실 구조로, 창문과 현관으로 통하는 문을 안에서만 잠글 수 있고 바깥에서는 마스터키로만 열 수 있는 공간이었다. 경찰은 독극물 자살로 수사를 종결 짓지만, 나오코에겐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의문점이었다.

  매년 단골손님들이 주로 찾는 이 산장에는 각 방마다 마더구스 이야기가 힌트처럼 숨겨져 있다. 또한 과거 산장주인의 아들이 벼랑에서 추락사했다는 비극적인 사연도 담겨있다. 주인공은 산장에 머무르는 다른 투숙객들의 방을 방문하고, 스태프들에게서 정보를 수집하며 실타래처럼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간다.

  그러던 중 주인공의 방문 이후 추가적인 자살 사건이 발생하며 경찰이 다시 개입하게 된다. 이 두 번째 희생자인 오오키의 죽음은 어느 정도 이해할 만했다. 부러진 다리를 건너기 위해 미리 설치해둔 널빤지가 누군가에 의해 바꿔치기되어 발생한 사고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인공의 오빠 고이치의 죽음을 둘러싼 트릭은 너무나 아쉬웠다. 범인이 살해 후 창문으로 도주했다가 다시 들어와 창문을 닫고 의자 뒤에 숨어있다가, 공범의 알리바이 연출 후 우연히 마주친 척 빠져나갔다는 설정이 너무 허술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 모든 사건의 시작점은 산장에 묻혀있다는 보석 때문이었다. 가와사키라는 인물이 훔쳐서 묻어놓았다는 그 보석은 결국 가짜였고, 실제로 암호를 풀어 찾아낸 장소에는 백골만이 묻혀있었을뿐. 소설 속에서 마더구스라는 암호를 풀어가는 과정, 이른바 맥거핀은 분명 존재한다. 독자를 위한 떡밥은 충실히 뿌려져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이걸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하는 짜릿한 반전이 없다는 게 아쉬웠다.

  물론, 에필로그에서는 몇 가지 추가 반전을 시도한다. 고이치가 혼외 자식이었다는 것, 그리고 산장 영국 귀부인의 아들은 사실 사고사가 아니라 그 부인이 죽게 내버려 두었다는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진다. 하지만 이러한 반전들도 전체 이야기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별개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며 개연성이 다소 부족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추리소설의 진정한 매력은 복잡한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의 짜릿함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내가 추리소설 전문가는 아니지만, 트릭이 밝혀질 때 무릎을 탁 치게 되는 그 순간을 기대하며 읽었는데, 이 소설에서는 그런 순간을 찾기 어려웠다. 다만 작가 특유의 담백한 문체와 빠른 이야기 전개는 읽기 편했기에, 앞으로 그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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