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초월한 소통의 지혜, 인간관계론**
1936년에 출간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은 9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소통과 인간관계에 대한 중요한 지침을 제시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기술과 달리, 인간관계에서의 기본 원칙은 고전적인 요소들이며, 그것이 카네기의 책이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비난보다는 이해와 인정,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친절함, 그리고 경청하는 태도 등 단순한 방법처럼 보이지만, 실제 사례들과 함께 제시된 카네기의 조언은 그 효과가 얼마나 강력한지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나는 2014년 네트워크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하여 현재는 SRE로서 개발 업무를 맡고 있다. 다양한 프로젝트와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협업하며 자동화 스크립트를 개발하고 문제 해결을 주도해 왔지만, 팀 내에서 내 역할은 대개 독립적인 성격이 강하다. 대개 나는 팀이 맡은 Business as Usual (BAU) 업무보다 긴급한 업무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렇게 별동대처럼 움직이다 보니 팀원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서로의 업무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질 기회가 부족했다.더 솔직한 표현으로 기회도 없었지만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저 주어진 긴급한 업무를 처리하는게 내게는 급선무였다.
그러던 중 팀장과의 중간 평가에서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 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팀원을 내가 가이드하여 적응을 돕는 것이었다. 솔직히 처음엔 “왜 하필 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매니저는 나를 인내심이 많고 예의 바른 사람으로 평가했고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인원도 나라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며 내 이름을 지목했다. 그리고 매니저는 내게 리더십을 원한다면 이런 과제도 감당하는게 어떻겠냐라는 이야기를 했다. 처음으로 매니저라는 롤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했던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여전히 일벌레가 되느냐 아니면 quality of life를 갖고 사느냐에 대한 고민은 하고 있지만 리더쉽 포지션에 대한 첫 언급이라 생각이 많아진건 사실이다.
그런 고민 중에 카네기의 조언은 내게 깊은 고민거리를 던졌다. 나는 과연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얼마나 열려 있었을까? 내가 타인의 관점을 진정으로 이해하려 노력했는가? 그저 내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 이상으로, 팀원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쌓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 하는 자문이 이어졌다. 좋은 관계를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적인 지식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솔직히 이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모르는 사실을 깨닫는 건 하나도 없었다. 다 알고있는 내용이지만 실천을 못했을 뿐.
이 책을 읽는 동안 새로운 Junior engineer를 또 supervise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 화는 아직 내 그릇이 작다고 느끼게 해주었다. 물론, 이 책을 완독 후 조금씩 변화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being a manager는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래도 작은 일에도 팀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내 이야기를 줄이며 그들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고자 노력하게 된건 큰 성과라 생각한다. 그래도 다양한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그 누구와도 어렵지 않게 관계를 갖는 노력은 꼭 필요한 것임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일깨웠다.
결국, 카네기의 가르침은 단순하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인간관계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앞으로도 내 자신을 돌아보고 반추해야겠지만, 더 많은 사람과 더 깊이 소통하며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이 책의 지침을 계속 마음에 새길 것이다. 아마 1년에 한 번은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IT 세계처럼 기술을 배우지 않으면 도태되는게 내가 일하고 있는 세상이다. 인간관계도 기술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연습하고 배워야 하는 평생의 과제임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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