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두 번째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었다. 작가 이름을 검색해서 나온 책을 선택했는데, 꽤 최근 작품이었다. 코로나 이야기가 소설에 등장하니 말이다. 책을 다 읽은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작품은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와 『블랙 쇼맨과 운명의 바퀴』로 이어지는 연작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코로나 시대를 배경으로 한 독특한 추리소설
2019년 12월에 석사 졸업과 동시에 운 좋게 직장을 구했고, 2020년 나는 새로운 회사에서 새 챕터를 열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코로나는 점점 심각해졌고, 둘째를 임신한 아내와 첫째 딸을 한국으로 긴급히 보내야 했다. 그렇게 약 7-8개월간 역기러기 생활을 했는데, 이런 기억들이 벌써 5년 전 일이다. 시간이 참 빠르다. 소설에서 마스크 착용이나 온라인 장례식에 대한 묘사는 답답했던 과거로 돌아가는 느낌을 준다. 이제는 멀게만 느껴지는 그 일상들이 소설에 반영되어 있다는 점이 색다른 시대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매력적인 인물들과 흥미로운 사건
결혼을 앞둔 주인공 마요는 갑작스럽게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작은 마을의 은퇴한 중등교사였던 그녀의 아버지는 모두에게 존경받는 인물이었지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마요의 삼촌인 다케시가 등장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사무라이 젠'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한 마술사 다케시는 독특한 관찰력과 추리력을 바탕으로 형의 살인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사건의 배경에는 그녀의 고향을 무대로 한 인기 만화 '환뇌 라비린스'를 활용해 관광 산업을 일으키려는 지역 주민들의 계획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만화가 구기미야와 그의 매니저 고고노에, 그리고 마요의 아버지 에이치 사이에 벌어진 복잡한 관계가 사건과 얽혀 있음이 밝혀진다.
마술사의 눈으로 해결하는 추리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마술사인 다케시가 펼치는 독특한 추리 방식이다. 그의 뛰어난 손재주와 날카로운 관찰력, 심리를 읽는 기술은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다케시와 마요의 티키타카는 무거울 수 있는 살인 사건의 분위기를 발랄하게 이끌어가며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작가는 교묘하게 범인을 감추고, 독자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 예상치 못한 동기로 범행을 저질렀음을 마지막에 밝혀낸다. 정도를 걸으며 수사하지 않기에 경찰보다 더 빠른 결론에 도달하는 마술사의 등장은 재미있는 소설 전개 방법이다. 이전에 읽었던 『하쿠바 산장 살인사건』보다 훨씬 더 이야기의 몰입도도 좋고 전개 속도도 빨라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인간 심리에 대한 통찰
소설은 단순한 추리물을 넘어 인간의 두려움과 잘못된 선택이 어떻게 더 큰 비극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을 만들고, 저지른 잘못을 덮으려다 더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는 메시지를 일깨워준다.
또한, 작품은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얼마나 쉽게 도덕적 갈등에 빠지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합리화하는지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특히,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의 내면 갈등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들은 독자로 하여금 단순히 범인을 찾아내는 것을 넘어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결론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은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치밀한 플롯과 예상치 못한 반전을 담고 있다. 코로나 시대의 흔적이 묻어있는 설정은 현실감을 더하며, 마술사라는 독특한 인물을 통해 사건을 풀어나가는 추리 방식은 기존 탐정 소설과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한다. 누군가는 이러한 설정이 억지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재미와 이야기의 몰입도를 해치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되는 장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흥미로운 사건 전개와 개성 넘치는 인물들 덕분에 누가 범인일까 고민하며 즐겁게 읽을 수 있었고, 다음 시리즈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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