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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찬란한 멸종] 책 리뷰

by Aggies '19 2025.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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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멸종: 우리의 미래에 대한 성찰

  오랜만에 과학책을 한 번 읽었다. 그 중에서도 자연사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로운 관점으로 풀어나간 책이다. 대개 지식을 전달하는 책은 아하, 오호라 등 지식이 쌓여간다는 즐거움 때문에 추임새를 넣게 되는데 이 책은 역시 그런 부분이 있지만 기존에 읽던 과학책과는 사뭇 다른 이질감이 느껴졌다. 이유는 아마도 읽는 독자들에게 과학적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려는 의도보다는 그가 실제로 말하고자 하는 주장을 지식이라는 캡슐에 씌워 전달하려는 의도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그리고 그 의도들이 모두 불편한 진실이기에 받아들이기 쉽지 않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역설적인 제목의 의미

  책의 전개는 꽤나 흥미롭다. 책 제목부터 '찬란한', '멸종'. 찬란한이라는 아름답다는 긍정적인 표현과 부정적인 끝의 표현. 역설로 표현한 강렬한 제목으로 책은 시작한다. 다섯 번의 대멸종은 네 번의 새로운 종의 번성 또는 시작이라고 표현해도 되며 작가 역시 왜 찬란한 멸종일 수 있는지를 이로부터 설명해준다. 지구의 역사는 끊임없는 변화와 적응의 과정이었다. 급격한 지구 환경변화로 기존에 있던 종들은 죽지만 그 변화를 견디고 적응하면 새로운 종이 생겨났다. 지구는 여러 차례의 대멸종을 겪으며 매번 새로운 생명의 출현으로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이것이 바로 '찬란한 멸종'이라는 역설적 표현이 담고 있는 의미일 것이다.

 

과거의 멸종과 현재의 위기

  예를 들면, 과거 소행성의 충돌 또는 화산폭발은 예나 지금이나 알고 있다 하더라도 충격을 줄이는 방법은 있을지언정 확실히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면 우리 모두 죽는다.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현재까지 만들었고 우리가 겪고 있는 이 기후의 변화는 우리가 막아야 한다고 알고 있고 또 막을 수 있지만 막지 않고 있다. 이것이 과거 멸종과 현재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책의 서두는 이런 경고를 주며 시작한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상태이다. 북극의 빙하는 녹고, 해수면은 상승하고, 이상 기후 현상은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경고해왔지만, 우리는 편리함과 이익을 위해 그 경고를 무시해왔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는 스스로 초래한 멸종의 위기 앞에 서 있다.

실제 내가 현재 살고있는 텍사스는 지난주에는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날씨였는데 갑자기 이번주는 천둥번개가 몰아치며 온도는 영상 15도이다. 진짜로 텍사스에서 눈을 볼거라고는 생각을 못했고 또 이렇게 급격한 날씨 변화를 경험할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참 이상 기후 현상은 확실히 일어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인상 깊었던 주장들

  기억에 나는 대목은 몇 가지가 있다. 특히나 일론 머스크가 진행하는 화성 가기 프로젝트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지구는 수십억 년에 걸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으로 진화해왔다. 반면 화성은 대기가 희박하고, 방사선 노출이 심하며, 물이 부족하다. 이러한 극한 환경을 테라포밍(지구화)하는 것은 상상 이상의 자원과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작가는 이런 상상 이상의 자원과 시간이 필요함이 화성의 테라포밍이 실패할 것이다라는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걸 보면 현재 우리 지구가 처해있는지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더 적은 비용 그리고 더 쉬운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진화한 게 아닌 일정 기간 동시대를 살다가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이는 우리의 조상이 누구인지에 대한 기존 관념을 뒤집는 내용이었다. 우리 DNA에는 여전히 네안데르탈인의 흔적이 남아있지만, 그들은 우리의 직접적인 조상이 아닌 '사촌'과 같은 관계였던 것이다.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의 백화현상도 충격적이었다. 세계 최대의 산호초 지대가 기후변화로 인해 빠르게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지구 생태계의 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산호초는 해양 생태계의 중심이자 수많은 해양 생물의 서식지이다. 그것이 사라진다면 그에 의존하는 무수한 생물종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AI와 미래 세대를 위한 기록

  무엇보다 컴퓨터를 전공한 나로써는 이러한 정보를 전달하는 시작점이 미래의 인공지능이라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 아마도 지금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진짜 100여 년 이후에는 우리가 개발한 인공지능이 우리가 역사를 기록하듯이 다음 무언가 - 그게 새로운 종일 수도, 새로운 AI일지는 모르겠지만 - 그들을 위해 기록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관점은 매우 흥미롭다. 현재 우리는 과거 문명의 유물과 기록을 통해 역사를 재구성한다. 마찬가지로 미래의 지적 존재(인간이든 AI든)는 우리가 남긴 디지털 기록을 통해 21세기 인류의 삶과 문명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성공과 실패, 영광과 오류가 모두 기록되어 미래의 교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묘한 책임감을 불러일으킨다.

 

희망은 있는가?

  책을 다 읽은 후에 드는 생각은 이정모 박사님을 실제 뵐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질문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드리고 싶다. 지나가는 뉴스로 인터넷 기사로 이제는 우리가 바뀌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일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기사를 본 기억이 있기에 과연 이정모 박사님은 책에서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것처럼 지금이라도 우리가 바뀌면 멸종을 막을 수 있는지 그의 실제 생각이 궁금하다. 기후 과학자들은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는 개념을 자주 언급한다. 이는 기후 변화가 되돌릴 수 없는 지점을 넘어서는 순간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미 그 경계선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경고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완전히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결국 핵심은 우리가 얼마나 빠르고 과감하게 행동하느냐에 달려있다.

 

멸종과 새로운 시작

  그런데 '찬란한 멸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우리 인류가 없어지면 또 다른 종의 번성을 의미하는 건데 역사는 반복이라 하지 않는가. 자연재해로 멸종을 당하던 상위 포식자로써 군림하던 인류의 탐욕과 게으름 그리고 어리석음으로 인해 당면한 과제를 피하며 지구를 뜨겁게 만들어 멸종을 하던가. 수만 년 뒤에 이 시점에서 보면 멸종이라는 과정은 반복의 일환이고 공룡이든 인류든 아주 작은 단세포 생물이든 우주의 관점으로는 그저 티끌 하나 뿐일 테니까. 지구는 45억 년의 역사 동안 수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생명이 처음 출현한 이후로 대멸종은 여러 차례 있었고, 그때마다 새로운 종이 등장하여 지구를 장악했다. 공룡의 멸종이 없었다면 포유류의 번성도, 인류의 출현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류의 멸종 역시 지구 생명의 큰 흐름 속 하나의 사건에 불과할 수 있다.

 

우리의 선택과 미래

  난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서 다른 행성에서 사는 것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지구의 온도 변화로 인한 가속도가 제동을 걸기에는 너무나 늦은 포인트를 방증하는게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우주 탐사와 다른 행성 개척은 인류의 호기심과 생존 본능을 반영하는 놀라운 도전이지만, 그것이 지구 환경 보존의 노력을 대체할 수는 없다. 우리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하나는 계속해서 현재의 생활 방식을 유지하며 서서히 파국으로 향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불편함과 변화를 감수하더라도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길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 결과는 우리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와 미래 세대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과연 우리의 미래는 어떨까? 인류는 스스로 초래한 위기를 극복하고 더 현명한 종으로 진화할 수 있을까? 아니면 지구의 긴 역사 속에서 짧게 빛나다 사라지는 한 페이지가 될 뿐일까?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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