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굉장히 최근에 발간된 심리학 책이다. 역시 오디오북으로 책을 탐독했다. 원래 성격이 소심하고 예민해서 스트레스를 잘 받기는 하지만 회사의 일은 최대한 집으로 갖고 오려하지 않는 편이다. 가장 처음 회사생활을 하던 20대 때는 회사의 스트레스를 종종 들고왔는데 나와 더불어 가족들의 정신적 건강에 좋은 점이 없음을 느낀 이후로는 퇴근 후 차에서 내리는 순간 회사의 스트레스를 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상하게 11월부터 그러한 마음 컨트롤이 잘 되지 않아서인지 심리학 관련 서적의 갈증을 느끼게 되었다. 큰 고민없이 밀레의 서재에서 인기있는 책으로 선정되어 있는 이 책을 선택했고 흔들리는 삶의 중심을 되찾는 29가지 마음 수업이 무엇일까를 궁금해 하며 책을 시작했다.
여느 심리학 관련 서적처럼 읽기는 (듣기는) 수월하다. 저자가 실제로 파리에서 심리학 상담을 통해서 방문자를 위로 또는 치료한 내용을 공개하고 있으며 특정 주제에 관해서는 공감이 많이 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초반부 이야기중 두 가지 첨예한 대립적인 생각을 동시에 들게했던 대목은 이러하다.
어떤 일이 눈 앞에 놓여있던 그것을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불행과 행복 그 것을 느끼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기에.
첫 째, 내가 상담을 받고 있고 안좋은 상황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위로가 안되었을텐데라는 생각. 둘째, 반대로 저자가 전달하는 것 처럼 삶이란 원래 내 마음대로 되지 않기에 그 것을 받아들이는게 맞다라는 생각. 이 두 가지 첨예한 대립된 생각을 가지고 내가 겪었던 2022년 7월로 돌아가보자. 아직도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힘든 시간이다. 입사가 지연되면서 계획했었던 많은 부분들에 문제가 생겼었다. 특히나 재정적으로 예상외의 지출이 발생해 큰 어려움을 많이 느꼈는데 그 때는 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계산대 앞에 놓인 사탕마저도 아이들에게 제자리에 가져다 두라고 이야기할 만큼 허리띠를 졸라맸어야 했다. 얼마안되는 간식거리를 내려놓은라고 하는 내 자신이 참 창피하고 부끄러웠지만 그보다도 정말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서 몇 년의 수명은 단축되었을 것이다. 근데 지나고 보면 그 일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그 일을 이미 벌어진 일의 일부이자 내 인생의 한 페이지로 받아들였다면 어땠을까한다. 내 인생의 한페이지라고 생각하면 그 페이지를 빨리 다 읽고 넘겨서 다른 페이지로 넘어가면 웃으며 행복한 챕터가 빨리 올게아닌가? 물론 1년이 지난 후 돌아보니 그 힘든 페이지 뒤에는 행복한 챕터가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 이렇게 생각하겠지만 아직도 불행과 힘든 시간들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내 자신을 보면 내 마음이 그렇게 단단하지는 않고 수양이 많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실패하는 일이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내 자신의 잠재력도 발휘할 수 없다.
아마 크로스핏 코치를 시작한지 얼마지나지 않아서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 한켠에 큰 위로를 받았던 대목이다. 미국에서 다른 사람들과 매일 영어로 회의를 하고 업무를 보고는 있지만 10-15명되는 사람들 앞에서서 영어로 운동을 가르친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다. 물론, 영어라는 언어를 통해서 무엇인가를 한다는게 상당히 불편하고 어려움을 느끼지만 운동을 좋아하고 또 다른 사람을 지도하는 코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있다. 하지만 실패하는게 무섭고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는게 두려워서 선뜻 나서지 못했다. 역시 결혼을 잘했나 싶은게 이런 경우 대개 와이프가 해보라고 용기를 주며 등떠민다. 그렇게 시작된 크로스핏 코치생활은 어느덧 두달 째에 접어들었다. 한 동안은 매일 수업을 하기 전 2시간 정도는 준비운동 루틴과 본 운동은 어떻게 지도할지에 대한 계획을 스크립트로 옮기고 그 것을 연습하는데 사용한다. 요즘엔 그 시간을 줄이고는 있지만 사람들을 지도하기 위해 작성하는 스크립트이지만 한편으로는 내 영어실력 증진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직장을 옮긴 이후 가장 안좋은 점은 주변에 동료들이 없어서 영어로 실제로 대화할 기회가 없다는 점인데 그 시간이 어느정도 만회되고 있으니 말이다.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는 나는 미국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 결국 나는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을 통해 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 초석은 다른 나라의 언어가 아니겠는가?
책은 후반부로 흐를 수록 내 자신을 사랑해야하고 내 자신이 중요하다고 거듭 언급하고 있다. 지금 나라는 사람을 두고 생각해보면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도는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다소 헛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한국에서 내 삶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다. 내 삶이 바빠서 그리고 내 자신을 그만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서라는 생각이 든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 남들이 맛있다고 하는 것, 그리고 남들이 많이 하는 것을 그냥 따라했던 것 같은데 그런 생활방식이 미국에 와서는 많이 달라졌다.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니 내가 운동을 즐기는 것을 넘어서 코치도 해보고 고기 굽고 먹는 것을 좋아하니 고가의 그릴을 사서 사용해보고 맛없는 카페에 가서 그저 입이 심심해 사먹는 커피값을 아끼고 내가 좋아하는 커피빈으로 커피를 먹을 수 있게 고가의 커피머신을 사는 등.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하는 것 그리고 내가 행복을 느끼는 바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루를 살아도 행복한 것은 어떻게 살아야 되는 것일까? 2018년 여름 처음 미국에 와서 1년 반은 학교를 다녔고 미국 직장생활 4년 동안 3번째 직장을 다니며 꾸준하게 연봉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가장 적은 연봉을 받던 첫 직장이 제일 행복했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보다 높은 소비를 하게되고 자연스레 풍요속의 빈곤을 느끼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진다. 결론은 현재도 더 높은 연봉을 위해 인터뷰를 보고있지만 더이상 회사의 이름과 더 많은 연봉은 내가 느끼는 이 부족함을 채울 수 없다는 것.
현재 나는 흔들리고 고민이 되는 삶을 살고 있기에 혹시 이 책은 해답을 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완독했다. 하지만 이 책 안에서 해답을 찾을 수는 없다. 그저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한다는 일화를 통해 약간의 위로와 마음의 안정은 얻을 수 있는 부분. 결국 세상 사는 것은 대개가 비슷할 것이고 행복과 불행은 공존하며 힘든 일은 겪고 있다고 느끼면 내 인생의 한 페이지라고 결론지으면 쉽다. 그리고 어떻게 그 페이지를 빨리 읽어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게끔 만드는게 중요하다.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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