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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신비소설 무] 책 리뷰

by Aggies '19 2024.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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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목표는 매달 책 한 권 읽기였는데, 신비소설 '무'를 완독 하면서 그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 마지막 책 리뷰를 작성한 날짜는 3월 9일이었고, '무' 시리즈 24권을 모두 읽는 데 약 3달 반 정도 소요된 것 같다. 중학교 2-3학년 때로 기억하는데, 도서관이 아닌 동네에서 기부받은 책으로 운영되는 작은 문고에서 이 책을 우연히 발견했다. 그곳은 시립 도서관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장서를 가지고 있어서 '무'라는 책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러나 완결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중간에 읽기를 멈췄다. 그런데 최근 밀리의 서재에 올라와 있어서 3달 전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어릴 때 처음 '무'를 읽었을 때는 옴니버스 식 구성의 내용 전개에 쉽게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다. '퇴마록'과는 다르게 무속에 관한 사건을 해결할 때 부드러운 문체와 덜 거친 표현이 좋았다. 하지만 이러한 신선한 재미는 소설 초반뿐이었다. SAC와의 본격적인 접점이 만들어지고 나서는 재미가 줄고, 무속과는 관련 없는 판타지 소설로 변질되었다. 오히려 판타지 소설에 무속신앙을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이 들었다. 무속신앙과 관련된 장면을 상상할 때는 약간의 공포와 오싹함이 매력적이었지만, 그 긴장감이 끝까지 유지되지는 못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낙빈과 승덕이고, 조연으로는 암자에서 함께 생활하는 정현, 정희, 그리고 미덕이 있다. 무당의 아들 낙빈은 소설 초반에 매 사건을 해결하면서 배우고 성장한다. 영혼의 소멸보다는 성불을 도와주다 보니, 초반부는 편안하고 행복한 사건 종결이 이어져 다음 사건이 궁금해진다. 무엇보다 낙빈의 성장기가 궁금했고, 남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매 순간 사건에 임하는 그의 모습은 요즘 보기 드문 모습이라 반가웠다.
  낙빈은 초등학교 때 다른 친구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해 암자로 들어왔고, 승덕은 불행한 사고로 인한 기억을 잊기 위해 암자로 들어왔다. 정현과 정희 역시 끔찍한 과거 기억을 잊고자 도망쳐 암자로 들어오게 된다. 이들의 스승인 천신도 능력을 반납하고 SAC의 직책을 내려두고 암자에 기거한다. 소설 속 암자는 피해자와 사회 부적응자들이 모여 서로를 치유하고 돌봐주는 공간으로, 의미가 깊다. 암자 근처 동굴 덕분에 낙빈의 어머니가 살 수 있었고, 낙빈은 이곳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고 약자나 피해자에게는 더 어려운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암자의 의미가 남다르게 느껴졌다. 나는 미국으로 이민을 선택했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나도 한국 사회의 부적응자였다. 같은 팀 내 선배들이 답답해 보였고, 저렇게 일 못해도 현상 유지는 가능한 그들처럼 될까 봐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래서 결국 퇴사하고 유학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내 책 리뷰도 삼천포로 빠졌는데, 요약하자면 이 책은 재미가 끝까지 지속되지 못한 아쉬운 책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부분을 보자면, 특히 성주가 주인공이 되어 내용이 전개되는 부분은 감정을 어루만지며 '퇴마록'과는 다른 신비소설 '무'만의 매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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