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아이가 기침도 하고 최근 많이 피곤해 하길래 오늘 학교는 쉬게했다. 딸 아이에게 라이드를 주어야 하는 와이프도 쉬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냐는 농담을 건네며 집을 나왔다. 와이프 차를 팔고 난 이후 월요일과 화요일은 항상 와이프에게 라이드를 받으며 다녔기에 출근길에 운전하는 건 꽤나 오랜만이었다. 기계적으로 시동을 켬과 동시에 핸드폰을 연결하고 노래를 듣는데 간혹 혼자서 운전을 할 때는 그 노래가 들리지 않을 만큼 깊은 공상에 빠질 때도 많다. 오늘이 아마도 그런 날이었던 것 같은데 회사까지 약 30분이 안되는 거리를 운전하면서 나는 게임 속 또는 어떤 세계 속의 캐릭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 4년 전 같이 텍사스에서 같이 공부를 하던 형과 연락을 하면서 그 형이 이런 말을 해주었다.
"일기를 매일 써서 어느 시점에 책으로 내봐 형이 같은 회사분들한테 많이 사달라할게"
그러면서 덧붙여 했던 이야기가 5년 가까이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텍사스로 넘어와 공부하고 대학원 졸업하고 플로리다로 취업해서 이사 온 이후 2년 다니고 이직하고 나중에 시의원 하는 스토리로 말이야. 텍사스에서 같이 공부할 때 가장 많이 연락하며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나누던 형인데 그 때가 그리워지던 순간이었다. 자극적이고 직설적인 것을 좋아하는 나와는 달리 그 형의 화법은 변죽을 때리는 심심한 이야기를 건네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언제나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갖고있던 고민들을 해결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는 그런게 있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직하고 파트에 혼자라는 부담은 day 1부터 있었고 여전히 이직이 옳은 선택이었는지에 대해 자문하고 있다. (물론, 우리 어머니가 항상 말씀하시는 것 처럼 주변에서 그건 옳은 선택이야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내가 고민이다라고 지금은 말하고 있는지도) 자문은 자문이고 이런 부분을 게임 내 캐릭터와 연결해 생각했던 이유는 이러하다. RPG 게임에서는 능력치 상승을 위해 레벨을 올려야 하고 이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경험치를 쌓아야 한다. 최근에 개봉한 Free Guy라는 영화를 보고 난 이후 내 모습이 라이언 레이놀즈가 연기한 그 NPC 캐릭터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출근을 하면서 이렇게 나는 게임 속에서 레벨을 올리는 캐릭터라는 재미있는 생각에 도달하고 나니 3년 이후가 궁금해진다. 유학을 간다고 잘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던지던 시점, 석사 졸업식을 하면서 오퍼를 받고 2주 만에 이사를 준비하던 시점 그리고 안정적인 병원을 2년 다니고 사직서를 던지던 시점. 지금은 3년 뒤 캐릭터의 전직 (새로운 곳으로 이직)을 위해 퀘스트를 수행중이다. 난이도가 있는 퀘스트를 수락한 것 같은데 이 것을 완료했을 때 받는 큰 보상을 묵묵히 기다려 보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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